1995년 개봉한 영화 비포 선라이즈 (Before Sunrise)는 그야말로 낭만 여행의 상징이라고 할 만큼 설레임을 주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유럽 기차 여행 중 우연히 만난 두 남녀가 오스트리아 빈(Wien)에서 하룻밤을 함께 보내며 서로를 알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로맨틱하면서도 현실적인 대화, 즉흥적인 여행의 설렘, 그리고 영화 속 곳곳에서 흐르는 음악들은 ‘비포 선라이즈’를 음악과 여행이 어우러진 감성적인 경험으로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갑자기 오스트리아로 낭만여행을 떠나고 싶어 집니다.
‘비포 선라이즈’ 속 유럽 여행의 낭만
영화는 유럽 기차 안에서 시작됩니다. 프랑스에서 출발한 기차에서 미국인 제시(에단 호크)와 프랑스인 셀린(줄리 델피)은 우연히 만납니다. 기차 안에서 나누는 첫 대화부터 두 사람은 서로에게 자연스럽게 이끌리며 호감을 느끼고, 제시는 빈에서 내리기 전에 셀린에게 함께 하룻밤을 보내자고 제안합니다. 이 순간은 영화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로, 즉흥적인 여행과 운명적인 만남이 영화 전체를 이끄는 힘이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밤새 걸으며 대화를 나눕니다. 그런데 왜 하필 배경이 오스트리아 빈일까요? 빈은 여러분들도 잘 아시듯이, 유럽에서 가장 낭만적인 도시 중 하나로, 역사적인 건축물과 예술적 감성이 가득한 곳입니다.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대표적인 장소들은 유럽 여행의 낭만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서일 거라 생각합니다. 어떤 장소들이 등장할까요? 우선 빈 서역(Westbahnhof) 입니다 이곳은 제시와 셀린이 기차에서 내리는 곳이지요. 그리고 도나우 강변(Donaukanal) 은 두 사람이 산책하며 인생과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소입니다. 빈의 골목길 같이 좁은 거리와 작은 카페들이 영화의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프라터 공원은 놀이공원인데 이곳 대관람차에서 키스를 나누는 명장면이 연출됩니다. 빈의 길거리는 재즈 연주자가 연주하는 음악이 흐르는 낭만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해 줍니다. 빈은 단순한 배경을 뛰어넘어 두 사람의 감정을 더욱 깊게 만들어주는 감성적인 공간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닐까요?
영화 속 여행, 음악과의 조화
‘비포 선라이즈’ 속 음악은 주로 자연스럽게 흐릅니다. 의도적으로 찾아서 음악을 듣기 보다는 여행 중 우연히 마주하는 거리 음악이 대부분입니다. 음악은 영화 속에서 두 사람의 감정을 연결해 주고, 여행의 짧은 순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촉매제가 아니었을까요? 제가 기억하는 대표적인 음악 장면들을 꼽자면, 우선 레코드숍 장면 이라 하겠습니다. 제시와 셀린이 작은 부스에서 함께 음악을 듣는 장면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이때 흐르는 곡은 "Come Here" 인데, 두 사람의 묘한 감정을 더욱 확장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길거리 기타 연주 장면은 제게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두 사람이 산책하던 중 길거리에서 기타리스트가 즉흥 연주하는 모습을 보며, 아무 말 없이 음악을 감상하면서 서로에게 빠져드는 순간은 정말 매혹적입니다. 여행 도중 들른 카페와 바에서 흐르는 음악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바에서 와인을 마시며 자연스럽게 들려오는 재즈와 클래식 음악들은 " 그래, 이게 유럽 여행이지, 이게 낭만이지" 라는 사실을 깨닫게 합니다. 이 처럼 음악은 여행의 순간을 더욱 생생하게 만들어주며, 두 사람의 감정을 더욱 깊이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비포 선라이즈’가 남긴 여행의 의미
이 영화는 로맨스와 음악을 모티브로 하여, 여행과 사랑이 가진 공통점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즉흥적인 순간이 가장 특별한 기억이 된다 는 것, 아마도 여행도, 사랑도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지만, 예상치 못한 순간이 가장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을 것입니다. 짧은 시간이 더 강렬한 감정을 만든다는 의미도 느낄 수 있습니다. 하루 동안의 여행이지만, 그 짧은 시간이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 되는 것처럼, 사랑도 시간의 길이보다는 감정의 깊이가 중요한 것이 아닐까요? 여행 중 우연히 들은 노래 한 곡이 특정한 장소와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게 만드는 것처럼, 음악은 감정을 연결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입니다. 영화가 끝나고 나면, 마치 우리도 빈을 여행한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비포 선라이즈’는 단순한 영화가 아니라, 여행을 통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감정을 경험하는 특별한 순간을 선물하는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음악과 여행이 만들어낸 비포 선라이즈의 명장면을 오래도록 기억하며 우리의 인생여행도 더욱 낭만적으로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